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콜렉션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방대하고 장르도 포괄적이다. 들어가기 전에는 몰랐는데, 관람하다보면 지치고 싶어진다. 축처진 어깨를 이끌고 현대 미술쪽으로 넘어온다. 유명한 작품이 너무나도 많지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세 작품이 있다. 와우 잭슨 폴록의 가을의 리듬 넘버 30. 만나고 싶었습니다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 그리고 임대 전시여서 지금은 없지만 데미안 허스트의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모마에도 비슷한 잭슨 폴록과 고흐의 작품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메트로폴리탄의 작품이 더 맘에 든다. 잭슨 폴록은 좀 더 여유와 안정감이 느껴지고 혼돈 속에서 패턴의 질서가 엿보인다. 고흐의 붓은 움직임과 색, 질감의 표현이 좀 더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보아서인지 놀라움은 없었다. 하얀 테두리 수조와 투명하고 비비드한 포름알데히드 용액, 그 속에 사진처럼 떠 있는 상어가 만나 군더더기 없는 미적 쾌감을 선사한다. 잔혹한 요소들의 시크하고 미니멀한 조합 그리고 과감한 의미 부여가 데미안 허스트의 매력이 아닐까?
관람이 끝나고 쉬면서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유리창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물방울이 맺혀 흘러내린다. 너머로 눈 덮인 센트럴 파크가 보인다. 맑고 시원한 공기가 필요하다. 창을 통과해서 뛰쳐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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