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따가운 햇빛이 절정인 어느날 오후. 제주도 두모악에 위치한 김영갑 갤러리에 도착했다. 서늘한 갤러리 안으로 서둘러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오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368개라는 제주도의 오름들. 운전하면서 크고 작은 오름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 잠시 멈쳐서 바라볼 때마다 묘한 매력을 느끼곤 했다. 그런 오름의 매력을 세상이 알게 해 준 김영갑 작가. 생애 마지막 순간 그는 어떤 오름의 어떤 순간을 떠올렸을까?
중산간의 오름들을 특히 사랑했다는 김영갑. 그 곳에 개발의 손길이 닿는 것을 가슴 아파했다. 개발이라는 존재는 어디까지가 필요이고 어디까지가 악일까? 개발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는 두모악에 소중한 공간을 남겼다. 두모악의 폐교를 개조한 두모악 갤러리.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외진 곳이더라도 찾아올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두모악 갤러리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제주의 명소가 되었다. 갤러리를 둘러보면 불편해지기만 하는 몸으로 갤러리를 꾸려나간 작가의 손길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과 함께 한 줌의 재가 된 김영갑. 루게릭병으로 더 이상 셔터를 누를 수 없을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무거운 카메라와 트라이포드를 들고 오름을 바라보던 모습. 다큐에서 말년에 자신의 심정과 희망을 힘겹게 애기하던 모습. 그가 알려준 오름의 선과 빛과 바람과 시간들과 함께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http://www.dumoak.co.kr
0 comments :
Post a Comment